건강상식 불어나는 배, 줄어드는 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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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 25-02-18 09:55 조회 26회 댓글 0건본문
불어나는 배, 줄어드는 수명
왜 위험한가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동맥경화증, 정상인보다 2~10배 발생
산처럼 솟아오른 뱃살은 한때 부(富)의 상징으로 여겨졌었다. 요즘도 우스갯소리로 ‘인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복부(腹部) 비만을 부러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툭 튀어나온 배가 볼품없는 탓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최신 의학이 복부 비만을 성인병의 근원으로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배불뚝이가 돼 버린 사람은 물론 슬슬 배가 불러오는 사람도 가끔 건강에 대해 걱정하곤 한다. 어떻게 하면 뱃살을 없앨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해 보지만 그 뿐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복부 비만의 위험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경고한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을 보라고 말한다. 옐친은 지난 7월 대통령 선거 때만 해도 대중 앞에서 디스코 리듬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들어 댈 정도로 건강을 과시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심장병에 걸린 옐친은 대통령의 임무는 손을 놓은 채 요양 생활을 하고 있다.
복부 비만은 남성의 질환
언론을 통해 알려진 옐친의 병명은 ‘심근국소빈혈’. 동맥이 막혀 심근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질환으로, 왼쪽 가슴에 통증이 오는 협심증을 수반하고 증세가 오래 갈 경우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도 있다. 옐친은 심장을 일시 정지시키고 좁아진 관상동맥을 인체의 다른 조직에서 떼낸 혈관으로 대체하는 ‘우회 수술’(bypass surgery)을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 수술 여부를 결정치 못하고 있다. 비만 전문의들은 옐친의 증세가 바로 배불뚝이에 나타나는 가장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지적한다. 복부가 비만한 사람들에게 옐친의 심장병은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복부 비만은 남성의 증세다. 지방질이 넘쳐 날 때 남성은 주로 배에 살이 찌고, 여성은 엉덩이에 살이 찐다. 그래서 복부 비만을 남성형, 중심형 비만이라고 하고, 엉덩이 비만을 여성형, 말초형 비만이라고 일컫는다. 그러나 여성도 폐경기후 여성 호르몬이 감소하면 그때부터는 배에 살이 찐다. 한가지 알아둘 점은 복부 비만은 ‘똥배’와 구분된다는 사실. 복부 비만은 명치 아래 배꼽 주변의 상복부가 불러오는 것이지만 ‘똥배’는 대장에 가스가 차거나 변괴가 쌓여 배꼽밑 하복부가 튀어나오는 것을 말한다.
같은 복부 비만이라도 형태는 두 가지로 나뉜다. 피하(皮下)형과 내장(內臟)형. 피하형은 복강밖 배의 피부 밑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이다. 즉, 복강과 배의 피부 사이 두께가 두꺼워지는 형태를 말한다. 이에 반해 내장형은 위 주변의 막인 대망과 복강 내부 내장 사이를 가르는 장간막에 지방이 쌓여 살이 찐 것을 말한다. 피하형은 주로 성장기에 생긴다. 때문에 복부가 비만한 청소년들은 대부분 피하형이라고 보면 된다. 반면 내장형은 30대 이후 성인들에게 나타난다. 성인병과 관련이 깊은 것도 바로 이 내장형 비만이다. 팔, 다리 등 신체의 다른 부위는 살이 없고 가냘픈데도 유독 배에만 잔뜩 살이 쪘다면 바로 내장형이다. 내장형과 피하형은 단층 촬영을 이용하기 전까지는 정확하게 구별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단 한 번의 컴퓨터 단층 촬영으로 형태를 구별할 수 있다. 컴퓨터 단층 촬영 사진을 보면 피하형은 신체의 겉면을 따라 두껍게 지방질이 붙어 있는데 반해 내장형은 뱃속에 뭉툭하게 지방질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만약 컴퓨터 단층 촬영 결과 자신이 내장형으로 나타났다면 그때부턴 뱃살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성인병이 바로 코앞에 다가와있음을 알리는 적신호이기 때문이다.
복부 비만의 특징 ‘X증후군’
과연 배가 어느 정도가 커져야 복부 비만이라고 판정할 수 있을까. 복부 비만은 대체로 허리(waist)둘레와 엉덩이(hip)둘에의 비율(W/H)로 측정한다. 보통 선 채로 숨을 내쉰 상태에서 측정한다. 기준은 나라에 따라 조금 다르다. 미국의 경우 남성은 0.95 이상, 여성은 0.8 이상을 비만으로 판정하고, 유럽에서는 남성은 0.9, 여성은 0.8 이상을 비만으로 판정한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그 기준이 일정하지 않아 의사에 따라 다르나 대체로 남성은 1.0, 여성은 0.9 이상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복부 비만은 구체적으로 성인병과 어떻게 관련될까. 연세대 의대 허갑범 교수는 나무 그림을 그려 복부 비만과 성인병의 관계를 설명했다. 운동 부족과 과음 ·과식, 스트레스, 유전적 요인에 따라 생긴 ‘인슐린 저항성’이 뿌리를 형성하고, 고인슐린혈증이라는 기둥을 타고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의 성인병이 생긴다는 그림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질병은 동맥경화증이라는 열매를 맺게 된다는 것. 고혈압과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은 한꺼번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 세 가지 질병은 ‘X증후군’(신드롬 X, 대사성 증후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복부 비만이 성인병으로 발전되는 메커니즘을 보다 자세히 알아보자.
내장형 비만은 복강내 대망과 장간막에 지질이 축적되는 것을 말한다. 대장과 장간막의 지방세포는 지방질(중성 지방)을 쉽게 축적하고 분해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뱃살은 쉽게 불어나고 핏속에도 잘 녹아든다. 지방질이 핏속에 녹아들면 혈중 지방산 수치가 높아지게 된다. 지방질이 뱃속에 쌓이다가 일정 정도를 지나게 되면 눈에 안 보이는 변화를 나타내게 된다. 성인병의 씨앗이 뿌려지게 되는 것이다.
핏속에 지방산이 높아지면 그 첫 반응으로 말초 조직(근육·지방세포)에서 인슐린의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인슐린은 신체의 각 세포에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들여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방산이 높아지면 세포는 포도당 대신 역시 에너지원인 지방산을 받아들인다. 인슐린에 의한 포도당 유입이 방해되는 것이다. 이를 의학적으로는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일컫는다. 바로 이 인슐린 저항성은 각종 성인병의 뿌리를 형성한다.
혈중 지방산 수치가 높아지면서 포도당이 소비되지 않으면 혈중 포도당 수치가 올라간다. 그러면 췌장의 β세포가 자극돼 포도당을 소비하기 위한 인슐린 분비가 촉진된다. 즉, 핏속의 인슐린 수치가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의학에서는 이를 ‘고인슐린혈증’이라고 부른다. 성인병의 기둥에 해당한다. 혈중 인슐린 수치가 올라가면 신체에 여러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신장의 염분 배출 기능이 저하되기도 하고, 교감신경이 자극돼 심장 박동이 촉진되거나 혈관이 수축된다. 즉 복부 비만이라는 나무의 첫 번째 줄기인 고혈압이 생겨나는 것이다.
만약 개인에 따라 혈중 포도당 수치가 올라가는데도 인슐린 분비를 맡고 있는 β세포가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이 나타난다. 이것은 복부 비만이라는 나무의 두 번째 줄기에 해당한다.
복부 비만은 이상지질(脂質)혈증이라는 세 번째 줄기도 만들어 낸다. 이상지질혈증이란 지질 대사에 이상이 생기는 것. 즉, 핏속에 중성 지방 수치가 올라가면서 혈중 HDL(고비중지단백)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내려가고 VLDL(초저비중지단백)의 수치가 올라간다. 의사들은 HDL콜레스테롤을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말한다. HDL콜레스테롤은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붙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복부 비만 증상자들이 이들 질병에 걸릴 확률은 얼마나 높아질까. 복부 비만과 성인병의 관계가 칼로 자르듯 분명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많은 의학 연구 보고들은 비만인들의 성인병 보유 율이 정상인에 비해 매우 높고, 특히 내장형 비만이 위험하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표준체중의 20%를 넘는 비만 군의 고혈압 발생 빈도는 정상 군의 3배 이상으로 알려지고 잇다. 체중을 5kg 감소시키면 수축기 혈압은 10mmHg, 확장기 혈압은 5mmHg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한다. 당뇨병의 경우 일반적인 비만은 정상인에 비해 4배 이상 발생 빈도가 높고, 특히 복부 비만의 경우 그 발생 위험이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벨트 한 칸 늘어날 때 수명은 1년 단축”
고혈압과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은 지속될 경우 동맥경화증을 유발한다. 동맥경화란 동맥에 지방이 축적돼 혈관 벽이 두꺼워지면서 피가 흐르는 통로가 좁아지는 것. 특히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지방질이 끼고 좁아지면 협심증을 일으키게 되고, 심할 경우 심근경색증이 생겨나는 것이다.
혈압이 올라가면 높아진 혈압을 견디기 위해 혈관의 막이 두꺼워진다. 혈관을 구성하고 있는 내막, 중막, 외막 등 3개의 막 가운데 내막과 중막 사이에 지방질이 침착해 혈관이 두꺼워지고 좁아지는 것이다. 혈관이 좁아지면 이는 반대로 혈압을 더욱 높아지게 하는 상승 작용을 일으킨다. 인슐린 저항성과 고인슐린혈증이 지속되면 LDL(저비중지단백)입자에 성상(性狀)변화가 나타난다. 즉, LDL 입자의 크기가 작아지고 밀도가 높아지는 것. 이것은 혈관에 축적되기 쉬운 형태로 변한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복부 비만의 경우 심근경색증의 발생 빈도는 정상인에 비해 2.5배 높다고 보고돼 있다.
복부 비만은 이밖에도 지방간, 담석증, 통풍 등의 원인이 된다. 지방간이란 중성 지방이 대망이나 장간막 대신 간에 축적될 경우 생기는 것. 우리 나라에서 초음파로 진단한 지방간 환자 가운데 60%가 비만과 연관된다는 보고가 있었다.
영동 제일 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규래씨는 이렇게 말했다. “필요 이상의 열량 섭취를 1단계라고 한다면 복부 비만은 2단계입니다. 만약 2단계를 그냥 방치한다면 3단계인 성인병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이미 복부 비만이라고 판정 받은 사람은 허리 벨트가 한 칸 늘어날 때마다 생명이 1년씩 단축된다고 보면 틀림없습니다.”
“소주 석잔이 밥 한 그릇”
어디서 오나 과음·과식과 운동 부족이 비만의 주범
복부 비만을 가진 사람들의 가장 큰 의문은 왜 배에만 살이 찌느냐는 것이다. 팔과 다리, 가슴 등 다른 곳에 살이 찐다면 배만 볼록 튀어나온 것에 비해 훨씬 모양새가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남성의 신체는 남성호르몬의 특성 때문에 과잉 에너지를 지방화해 뱃속에 쌓아 두는 별로 아름답지 않은 성질을 갖고 있다. 여성 호르몬이 줄면서 남성호르몬 비율이 높아진 폐경기 중년 여성에게서 유독 뱃살이 도드라지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복부 비만 중 내장형 비만은 뱃속에 지방질이 끼는 것을 말한다. 내장 사이를 가르는 장간막, 그리고 위와 다른 장기를 가르는 대망에 지방이 축적되어 배가 불어난다. 그 이유는 뭘까.
같은 비만이라도 성장기에는 지방세포의 숫자와 크기가 늘어나는 것이 특징이지만 성장이 완료되면 체중이 늘어도 지방세포의 숫자가 늘지 않고 크기만 늘어난다. 또 같은 지방세포라도 신체 부위에 따라 각기 특성이 다르다고 한다. 특히 뱃속 대망과 장간막의 지방세포는 우리 몸에서 가장 쉽게 지방을 축적하고 또 쉽게 분해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섭취한 열량 가운데 쓰고 남은 것이 지방으로 전환돼 뱃속 장간막과 대망에 축적되는 것이다.
우리 몸에 지방산이 늘어나면 포도당 소비가 줄어든다. 그것은 자연히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게 되고, 인슐린은 혈관 내벽에 존재하는 ‘라이포프로테인 라이페이스’라는 효소의 활성을 증강시킨다. ‘라이포프로테인 라이페이스’는 중성 지방을 분해해 3개의 지방산과 1개의 글리세롤 분자로 만드는 효소로 지방산을 세포 속에 들여보내는 역할을 한다. 뱃살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 효소가 주로 복부에 자리잡는 게 남성 뱃살의 원인.
지방 분해 억제하는 것이 술
인슐린이 많아지면 ‘호르몬 센시티브 라이페이스’라는 지방세포내 효소의 활성을 억제시킨다. 이 효소는 ‘라이포프로테인 라이페이스’와 달리 지방 세포 속에서 지방을 뽑아 내는 효소. 인슐린이 증가되면 지방세포 속에서 지방이 나오는 것을 억제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복부 비만의 원인은 무엇일까. 의사들은 복부 비만에는 사회적인 요인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남자들은 술을 먹을 때 고기 안주를 실컷 먹고 귀가해서는 그대로 누워 잡니다. 직장에 일찍 나가고 늦게 퇴근하느라고 운동은 생각지도 못하지요.” 결국 과음과식과 운동 부족이 복부 비만의 가장 큰 원인인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남성들이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은 2천5백~3천kcal에 달한다. 의사들이 권하는 하루 1천8백~2천kcal를 훨씬 넘어가는 양이다. 우선 술 자체가 고칼로리 식품이다. 소주 한 잔이 85kcal. 3잔만 마셔도 밥 한 그릇을 먹는 것과 같다. 술자리가 소주 2~3잔으로 끝나지 않는다. 소주를 한 병 정도 마신다면 이것만으로도 의사들이 권하는 저녁 식사 열량인 6백kcal를 넘게 된다. 소주뿐 아니라 모든 술이 고칼로리다. 안동 소주는 일반 소주보다 훨씬 많은 1백60kcal(한 잔 기준). 고량주는 1백40kcal, 위스키 1백10kcal, 생맥주 1백85kcal, 맥주 60kcal 등. 맥주와 위스키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의 경우 1잔의 열량이 2백kcal에 가깝다. 여기에 안주가 곁들여진다는 점을 고려해 보자. 갈비, 고기 튀김, 파전, 치즈 등을 비롯, 땅콩과 같은 견과류와 과일도 고칼로리 식품이다.
게다가 술은 지방 분해를 억제한다. 울산 의대 서울중앙병원 가정의학교실 박혜순 교수는 “하루에 먹는 알코올의 양이 30~60g을 넘을 경우 간의 지방 분해 작용이 억제 된다는 게 통설”이라고 설명했다. 알코올 도수 25%인 소주의 경우 4잔에 들어 있는 알코올의 양이 60g. 하루에 소주 1병 이상을 마셔야 잠이 오는 술꾼이라면 뱃살을 술 때문에 생긴 살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이런 고칼로리 섭취가 주로 저녁에 이뤄진다는 데 있다. 밤에는 우리 몸의 대사 기능이 저하돼 지방 분해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몸에 들어가는 대로 그대로 뱃살이 된다고 보면 된다.
같은 식사라도 종류에 따라 비만에 끼치는 영향은 다르다. 특히 고지방 식품이 문제다. 이를테면 등심을 먹는 것과 삼겹살을 먹는 것에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고지방 식품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섭취한 에너지의 많은 부분을 체내에 축적시키게 된다. 탄수화물이 체내에 축적되는 데에는 섭취한 열량의 23%가 소모되지만, 지방이 체내 지방으로 축적되는 데에는 섭취한 열량의 2%만이 소비된다고 한다. 또 지방은 식사 도중이나 후에 섭취를 억제하는 작용이 적다. 지방이 많은 음식은 맛이 있기 때문에 식욕 억제가 잘 안되며, 또 에너지에 비해 부피가 적어 위에서 포만감을 느끼는 것이 늦다. 만복감을 주는 순서는 단백질이 가장 크며 탄수화물, 지방의 순이다.
우리 몸은 과식을 하면 기초대사율을 늘려 지방조직에 과도한 에너지가 저장되지 않도록 하는 방어 작용이 존재한다. 그러나 비만인은 이러한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다고 한다. 에너지 소비 과정에는 교감신경이 관여하는데 비만인은 이 교감신경의 작용이 둔화돼 소비가 잘 안되고, 축적이 잘 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담배도 비만 촉진
고칼로리의 식사를 하더라도 운동만 한다면 뱃살이 찌지는 않을 것이다. 먹는 열량만큼 운동을 통해 소비한다면 체내에 지방으로 축적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한 기에 쇠갈비 몇 인분을 뚝딱 해치우는 운동선수들에게 복부 비만이 없다는 것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스트레스도 복부 비만의 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스트레스를 주로 운동을 통해서라기 보다는 술을 먹으면서 풀기 때문이다. 굳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을 먹지 않더라도 스트레스 자체가 복부 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스트레스 자체가 부신피질 호르몬인 코르티졸의 분비를 촉진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말해 뱃살이 찌는 것을 촉진하는 것이다. 담배도 복부 비만의 원인이 된다. 담배 역시 코르티졸의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물론 유전적인 요인도 있다. 대체로 부모 양쪽이 비만할 때 자녀가 비만할 확률은 80%, 한쪽 부모만 비만할 때에는 40%, 양부모가 비만하지 않을 때 자녀가 비만할 확률은 7% 정도이다.
운동으로 근육이 많이 생기면 비만을 막을 수 있다. 근육이 많으면 그만큼 많은 지방산의 소모를 촉진해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 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세대 의대 허갑범 교수는 ‘내장 지방 대(對) 골격근 증후군’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즉, 내장 지방이 많을수록 인슐린 저항성은 높아지고, 골격근이 많을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엄격한 식사 조절도 복부 비만과 성인병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 허교수는 지난해 환자 14명을 식사와 운동을 엄격히 조절하는 7명과 방치한 7명으로 나누어 1년 동안 관리한 결과 엄격히 조절한 그룹에서 복부 비만이 감소되고, 인슐린 저항성이 낮아지면서 관상동맥이 다시 넓어지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나온 배, 이래야 들어간다
비만 탈출법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줄일 수 있는 것이 남성 뱃살
복부 비만, 특히 남성들의 뱃살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쉽게 줄일 수 있다고 비만 클리닉 담당 가정 의학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병행 몇 달 만에 배둘레가 10여cm 줄어들고, 허리띠 구멍을 몇 개씩 당길 수 잇다는 것. 여성에 비해 근육이 많은 남성들의 경우, 근육이 쓰는 에너지 량이 많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 쓰면 달라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고 이들은 말한다. 여성들이 엉덩이나 허벅지, 종아리 등을 날씬하게 만들기 위해 며칠씩 굶고 급기야 성형수술까지 받아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배 부분의 지방은 살이 찌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표가 나고, 체중이 줄어들 때도 가장 먼저 빠져나가는 부분이라고 이들은 지적한다.
술자리 줄이려는 노력 필요
그러나 노력 없이 결과를 볼 수는 없다. 전문의들은 “뱃살이 찌는 원인이 생활 습관에 있는 만큼 만성화된 그 습관을 바꾸기 전에는 어떤 효과도 볼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의사들이 말하는 첫 번째 처방은 “술자리를 줄이라”. 술 자체가 고칼로리인데다 기름진 안주, 늦은 시간에 잔뜩 먹은 후 아침을 건너뛰는 식생활 불균형 등 복부 비만의 온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술꾼이 술을 피하는 것은 여간해서 쉽지 않다. 모처럼 약속이 없는 날이면 여기저기 전화를 넣어서라도 술자리를 만드는 게 술 좋아하는 사람들의 습성. 전문의들은 “술을 완전히 끊기 어렵다면 1주일에 한 번 혹은 두 번 횟수를 정해 두고 그 이상의 약속은 만들지 말라”고 권한다.
울산 의대 서울중앙병원 가정의학교실 박혜순 교수는 알코올 량이 60g 이상이면 지방 분해가 억제된다는 게 통설이므로 술을 마시더라도 포도주 괴실주 등 알코올 도수가 낮은 것을 택하라고 권한다. 소주 넉잔에 든 알코올 량이 60g. 그 이상은 자제하겠다고 미리 마음에 다짐을 해 두는 것도 좋다. 술과 함께 기름진 안주도 복부 비만의 복병. 기름을 듬뿍 넣고 지진 것을 저녁 늦게 먹으면 모두 배에 가서 머문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주대학병원 비만 클리닉 김상만 교수는 술을 마시는 동안에는 식욕 억제도 어렵고 자신이 무엇을 얼마만큼 먹는지도 헤아리기 어려우므로 술마시기 전 미리 계획을 세워 두라고 한다. 양주 안주로 많이 나오는 땅콩 아몬드 등 견과류나 과일도 비교적 칼로리가 많아 많이 먹으면 부담스럽다. 의사들은 “오이. 당근, 셀러리 등 야채 안주를 곁들이는 게 가장 좋다”고 권한다.
우리 나라 남성 대부분이 자신이 먹는 음식의 칼로리를 계산해 내지 못하는 것도 복부 비만의 큰 원인이다. 근육이나 뼈를 만들 필요가 없는 중년 남성의 경우 하루 1천8백~2천kcal만 먹으면 부족할 게 없다고 경희대 가정의학과 김영설 교수는 말한다. 그러나 복부 비만의 남성들의 경우 하루 2천8백에서 3천kcal 이상 먹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얼마나 먹는지 깜깜한 게 대부분이다. 김 교수는 “이런 경우 우선 어떤 음식에 열량이 얼마나 들었는지 칼로리 공부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경우 어려서부터 생존 수단으로 칼로리 공부를 하고, 가공식품 겉포장에는 대부분 칼로리 표시가 돼 있다.
전채에서 디저트까지 격식을 갖춰서 양식을 먹는다면 1천kcal 이상. 중국 음식도 대부분 고칼로리로 자장밥이 1천kcal, 군만두 10개가 6백30kcal, 볶음밥이 6백50kcal다. 박혜순 교수는 “외식 때는 한식, 그 중에서도 밥과 국, 나물 등으로 이뤄진 백반을 먹는 게 제일 좋다”고 말한다. 무심코 먹는 간식에도 엄청난 칼로리가 들어 있다. 간식으로 새우깡 한 봉지를 먹었다면 5백kcal. 한끼 식사로 대체할 수 있는 양이다. 과자 하나를 먹더라도 지방과 설탕이 적은 것을 택하는 요령이 필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의견을 모은다.
저녁 과식, 바로 배로 간다
영동 제일병원 가정의학과 이규래씨는 “성인병이나 비만 문제로 찾아오는 환자 중 많은 수가 저녁 7시 이후 하루 섭취 열량의 절반 이상을 먹고 있었다”고 말한다. 저녁 과식은 바로 배로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저녁 때 거나한 술자리나 회식이 잦고 집에서도 화려한 만찬을 즐기는 사람들은 대개 아침에는 속이 좋지 않아 굶는다. 점심도 간단히 하고, 다시 저녁을 잔뜩 먹는 식습관으로 굳어 있는 것. 의사들은 “아침, 점심, 저녁을 규칙적으로 먹도록 식습관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녁을 간단히 하면 자연히 아침에 입맛이 돈다. 하루 섭취 열량을 1천8백kcal로 제한할 때 아침에 3백~4백kcal, 저녁에 6백kcal 정도를 먹어 주는 게 적당하다고 김영설 교수는 권한다. 아침에는 밥 반 그릇(1백50kcal)에 김치와 야채나 나물 2~3가지, 국, 삶은 달걀 정도, 저녁에는 밥 3분의 2 그릇(2백kcal)에 생선 한 토막이나 쇠고기, 두부, 야채 정도면 충분하다. 뱃살이 찐 사람들은 지방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는 게 특징. 영양 학자들이 권하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의 섭취 비율이 60%, 20%, 20%인데 비해 이들은 30% 이상씩 먹어대고 있었다.
고기의 기름기, 식용유가 많이 들어가는 전, 튀김류가 주범. 반찬 종류뿐 아니라 조리 방법에도 유의해야 한다.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점의 음식은 대부분 지방과 설탕이 듬뿍 들었으므로 삼간다. 고기는 살코기로, 닭은 껍질을 벗겨 먹고, 튀김이나 볶음 대신 찌거나 굽고, 나물이나 생야채 두부찜 등 담백한 음식을 주로 먹는다. 복부 비만과 직접 연관이 있는 설탕을 줄이기 위해 사탕 초콜릿 스낵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등은 되도록 피한다. 김영설 교수는 “저녁에 허겁지겁 먹지 않으려면 오후 4시쯤 간단한 간식을 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간식의 종류도 잘 택해야 한다. 기름진 비스킷의 경우 2~3쪽만 먹어도 1백kcal. 저지방 우유나 저지방·무설탕 비스킷, 주스나 차 등으로 위를 한 번 달래 놓는 게 저녁을 ‘이성적’으로 먹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 칼로리가 거의 없는 녹차는 아무리 마셔도 살이 찌지 않으면서 입의 허전함을 메우고 나른함을 쫓는 데도 좋다.
윗몸 일으키기는 별 도움 안돼
“운동을 습관화하라”는 뱃살 줄이기의 기본이면서도 실천이 결코 쉽지 않다. 비만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작정 굶는다고 생각해 보자. 체중은 줄어들지 몰라도 지방을 빼는데는 효과적이 아니라는 게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처음 체중이 줄 때 빠지는 것은 지방이 아니라 수분. 운동을 병행하지 않고 식사량만 줄이면 기초 대사율이 떨어지면서 안정시에 쓰는 에너지가 줄어 결국 살이 더 찌기 쉬운 체질이 된다. 운동으로 근육을 키우면 안정시 대사율이 늘어나 많이 먹어도 살은 더디 찌는 상태가 된다. 운동에 대한 반응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빨리 나타난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여성은 운동으로 지방이 분해되려 할 때 지방을 보존하려는 반작용이 일어난다는 것. 그래서 “여성은 살 빼기가 훨씬 힘들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전문의들은 “일본 스모 선수는 아무리 배가 많이 나와도 내장 지방의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면서 운동 부족이 내장 지방을 늘리는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뱃살을 줄이기 위해 하루에 몇 번 이상 윗몸 일으키기를 하겠다고 다짐을 하는 사람이 많다. 의사들은 “윗몸 일으키기는 배근육을 단련하는데 도움이 될 지 몰라도 지방을 태우는 운동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아령이나 역기 들기, 웨이트 리프팅, 윗몸 일으키기 등 한순간에 힘을 집중하는 운동이 아니라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이 지방을 태우는데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 최대 심박수가 1분에 1백60인 40대 남성이라면 1분에 맥박이 80~1백20 뛰는 정도의 강도면 된다.
이런 운동은 매일 지속적으로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김상만 교수는 “사흘 이상 운동을 쉬면 효과가 떨어지므로, 저녁 뉴스 시청 시간을 운동 시간으로 정례화 하는 등 습관화 할 필요가 잇다”고 권한다. 아무리 바쁜 직장인들이라도 저녁 뉴스를 시청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이 시간 동안 기구를 이용해 자전거 타기, 달리기, 스태퍼 등을 하거나 담요나 큐션 등 두툼한 것을 깔아 놓고 제자리 뛰기를 해도 좋다. 매일 하기 어려우면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30~40분 이상 운동하는 것을 습관화하라고 그는 강력히 권한다.
30분 동안 달리기를 할 때 쓰는 열량이 3백kcal. 천천히 산보하듯 30분 걷는다면 1백kcal, 조금 빨리 걷기 30분은 1백50kcal 정도를 쓴다. 영동 제일병원 이규래씨는 “1주일에 5번 이상 하루 30분씩 걷는 것만 계속해도 5kg 안팎까지 몸무게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운동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자신의 생활 패턴을 잘 살펴보고, 그 중 한 부분이라도 운동이 끼여 들어갈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대신 계단을 걸어 오르내리고, 지하철 한 정거장 앞에서 내려 걷고, 쓰레기 봉투를 작은 것으로 사서 찰 때마다 걸어 내려가 버리고 오는 등 생활 중에 활동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하나병원 비만 클리닉 신상호씨는 말한다. 운동 중에서도 아침 운동이 더 효과적이라고 박혜순 교수는 권한다. 아침이 가장 지방 분해가 잘 되는 시기고, 운동 후 식사를 하면 대사율이 1.5배 정도 증가해
뱃살 줄이기 10계명
저녁 과식을 피하라
아침 점심을 든든히, 간식을 조금 하고, 저녁을 될 수 있는 대로 적게 먹는 게 효과적이다. 저녁식사전 오후 4시에 간단한 간식을 해두는 것도 저녁
과식을 막는 방법.
습관적인 술자리를 피하라
술꾼이 술자리를 마다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1주일에 한 번 혹은 두 번으로 횟수를 제한하고, 술자리에서도 소주 2~3잔 정도로 한계를 그어 놓고 계획적으로 술을 마시는 게 중요하다.
식사·활동 일기를 써라
하루 식사와 간식으로 먹은 것을 죽 써 놓고, 그 식품의 칼로리를 계산해 낸다. 30분 산보에 1백kcal 등 활동으로 쓴 에너지도 함께 적는다
명절이나 잔치, 회식을 앞두고 먹는 계획을 세우라
기름진 음식이 많은 자리에서는 아무래도 입맛이 당겨 과식을 하게 된다. 어느 정도까지만 먹겠다는 계획을 미리 세우는 게 좋다.
지방과 설탕을 줄이라
똑같은 열량을 먹어도 지방과 설탕은 복부 비만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저지방, 저설탕 식사법을 지켜라
창조적인 취미를 가지라
스트레스는 폭식과 술자리, 복부 비만으로 이어지는 주범 자신만의 창조적인 취미로 스트레스를 관리하자
외식은 한식, 특히 백반으로 택하라
밥 국 나물이 주가 되는 우리 나라 전통 식사가 건강이나 비만 관리에 최적이다.
저녁 뉴스 시간에 움직이라
하루 30분 이상 운동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저녁 뉴스를 보면서 러닝 머신이나 제자리 뛰기 등 어쨌든 움직이는 습관을 들이자.
많이 먹은 후에는 어쨌든 움직이라
저녁을 양껏 먹고 피곤하다며 그냥 쓰러져 자는 사람들이 많다. 많이 먹었다 생각하면 노래방이라도 가라. 먹은 에너지를 쓰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음식은 식탁에서만 먹고 씹는 동안에는 수저를 놓아라
야구 중계를 보면서 팝콘을 먹는 등 무의식적으로 먹는 칼로리를 계산해 보면 엄청나다. ‘식탁에서만 먹겠다’고 원칙을 세운다. 수저를 놓고 천천히 먹는 연습을 한다.
는 에너지를 더 증가시킨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비만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트레스 때문에 끊임없이 먹고, 배에 살이 찌는 사람이라면 그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 김영설 교수는 “두뇌를 쓰는 창조적인 취미를 가져라”고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빠져 있는 동안에는 먹으려는 욕망을 잊을 수 있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면서 폭식도 차츰 사라진다는 것. 소설이나 스포츠, 장기 등 어떤 취미라도 좋다.
하루 1천8백kcal 식단 예
아침
간식
밥 한 그릇, 콩나물국, 쇠고기 양상추 볶음, 솎음 깻잎나물, 양송이 구이, 김치
우유 한 잔
점심
간식
밥 한 그릇, 미역국, 조기 구이(한 토막) 장조림, 생취나물, 김치
사과 반 개
저녁
간식
밥 한 그릇, 열무 된장국, 꽁치조림, 고기전, 도라지 생채, 김치
주스 반 잔
왜 위험한가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동맥경화증, 정상인보다 2~10배 발생
산처럼 솟아오른 뱃살은 한때 부(富)의 상징으로 여겨졌었다. 요즘도 우스갯소리로 ‘인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복부(腹部) 비만을 부러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툭 튀어나온 배가 볼품없는 탓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최신 의학이 복부 비만을 성인병의 근원으로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배불뚝이가 돼 버린 사람은 물론 슬슬 배가 불러오는 사람도 가끔 건강에 대해 걱정하곤 한다. 어떻게 하면 뱃살을 없앨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해 보지만 그 뿐이다. 하지만 의사들은 복부 비만의 위험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경고한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을 보라고 말한다. 옐친은 지난 7월 대통령 선거 때만 해도 대중 앞에서 디스코 리듬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들어 댈 정도로 건강을 과시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심장병에 걸린 옐친은 대통령의 임무는 손을 놓은 채 요양 생활을 하고 있다.
복부 비만은 남성의 질환
언론을 통해 알려진 옐친의 병명은 ‘심근국소빈혈’. 동맥이 막혀 심근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질환으로, 왼쪽 가슴에 통증이 오는 협심증을 수반하고 증세가 오래 갈 경우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도 있다. 옐친은 심장을 일시 정지시키고 좁아진 관상동맥을 인체의 다른 조직에서 떼낸 혈관으로 대체하는 ‘우회 수술’(bypass surgery)을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 수술 여부를 결정치 못하고 있다. 비만 전문의들은 옐친의 증세가 바로 배불뚝이에 나타나는 가장 전형적인 증상이라고 지적한다. 복부가 비만한 사람들에게 옐친의 심장병은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복부 비만은 남성의 증세다. 지방질이 넘쳐 날 때 남성은 주로 배에 살이 찌고, 여성은 엉덩이에 살이 찐다. 그래서 복부 비만을 남성형, 중심형 비만이라고 하고, 엉덩이 비만을 여성형, 말초형 비만이라고 일컫는다. 그러나 여성도 폐경기후 여성 호르몬이 감소하면 그때부터는 배에 살이 찐다. 한가지 알아둘 점은 복부 비만은 ‘똥배’와 구분된다는 사실. 복부 비만은 명치 아래 배꼽 주변의 상복부가 불러오는 것이지만 ‘똥배’는 대장에 가스가 차거나 변괴가 쌓여 배꼽밑 하복부가 튀어나오는 것을 말한다.
같은 복부 비만이라도 형태는 두 가지로 나뉜다. 피하(皮下)형과 내장(內臟)형. 피하형은 복강밖 배의 피부 밑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이다. 즉, 복강과 배의 피부 사이 두께가 두꺼워지는 형태를 말한다. 이에 반해 내장형은 위 주변의 막인 대망과 복강 내부 내장 사이를 가르는 장간막에 지방이 쌓여 살이 찐 것을 말한다. 피하형은 주로 성장기에 생긴다. 때문에 복부가 비만한 청소년들은 대부분 피하형이라고 보면 된다. 반면 내장형은 30대 이후 성인들에게 나타난다. 성인병과 관련이 깊은 것도 바로 이 내장형 비만이다. 팔, 다리 등 신체의 다른 부위는 살이 없고 가냘픈데도 유독 배에만 잔뜩 살이 쪘다면 바로 내장형이다. 내장형과 피하형은 단층 촬영을 이용하기 전까지는 정확하게 구별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단 한 번의 컴퓨터 단층 촬영으로 형태를 구별할 수 있다. 컴퓨터 단층 촬영 사진을 보면 피하형은 신체의 겉면을 따라 두껍게 지방질이 붙어 있는데 반해 내장형은 뱃속에 뭉툭하게 지방질이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만약 컴퓨터 단층 촬영 결과 자신이 내장형으로 나타났다면 그때부턴 뱃살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성인병이 바로 코앞에 다가와있음을 알리는 적신호이기 때문이다.
복부 비만의 특징 ‘X증후군’
과연 배가 어느 정도가 커져야 복부 비만이라고 판정할 수 있을까. 복부 비만은 대체로 허리(waist)둘레와 엉덩이(hip)둘에의 비율(W/H)로 측정한다. 보통 선 채로 숨을 내쉰 상태에서 측정한다. 기준은 나라에 따라 조금 다르다. 미국의 경우 남성은 0.95 이상, 여성은 0.8 이상을 비만으로 판정하고, 유럽에서는 남성은 0.9, 여성은 0.8 이상을 비만으로 판정한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그 기준이 일정하지 않아 의사에 따라 다르나 대체로 남성은 1.0, 여성은 0.9 이상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복부 비만은 구체적으로 성인병과 어떻게 관련될까. 연세대 의대 허갑범 교수는 나무 그림을 그려 복부 비만과 성인병의 관계를 설명했다. 운동 부족과 과음 ·과식, 스트레스, 유전적 요인에 따라 생긴 ‘인슐린 저항성’이 뿌리를 형성하고, 고인슐린혈증이라는 기둥을 타고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의 성인병이 생긴다는 그림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질병은 동맥경화증이라는 열매를 맺게 된다는 것. 고혈압과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은 한꺼번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 세 가지 질병은 ‘X증후군’(신드롬 X, 대사성 증후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복부 비만이 성인병으로 발전되는 메커니즘을 보다 자세히 알아보자.
내장형 비만은 복강내 대망과 장간막에 지질이 축적되는 것을 말한다. 대장과 장간막의 지방세포는 지방질(중성 지방)을 쉽게 축적하고 분해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뱃살은 쉽게 불어나고 핏속에도 잘 녹아든다. 지방질이 핏속에 녹아들면 혈중 지방산 수치가 높아지게 된다. 지방질이 뱃속에 쌓이다가 일정 정도를 지나게 되면 눈에 안 보이는 변화를 나타내게 된다. 성인병의 씨앗이 뿌려지게 되는 것이다.
핏속에 지방산이 높아지면 그 첫 반응으로 말초 조직(근육·지방세포)에서 인슐린의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인슐린은 신체의 각 세포에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들여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방산이 높아지면 세포는 포도당 대신 역시 에너지원인 지방산을 받아들인다. 인슐린에 의한 포도당 유입이 방해되는 것이다. 이를 의학적으로는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일컫는다. 바로 이 인슐린 저항성은 각종 성인병의 뿌리를 형성한다.
혈중 지방산 수치가 높아지면서 포도당이 소비되지 않으면 혈중 포도당 수치가 올라간다. 그러면 췌장의 β세포가 자극돼 포도당을 소비하기 위한 인슐린 분비가 촉진된다. 즉, 핏속의 인슐린 수치가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의학에서는 이를 ‘고인슐린혈증’이라고 부른다. 성인병의 기둥에 해당한다. 혈중 인슐린 수치가 올라가면 신체에 여러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신장의 염분 배출 기능이 저하되기도 하고, 교감신경이 자극돼 심장 박동이 촉진되거나 혈관이 수축된다. 즉 복부 비만이라는 나무의 첫 번째 줄기인 고혈압이 생겨나는 것이다.
만약 개인에 따라 혈중 포도당 수치가 올라가는데도 인슐린 분비를 맡고 있는 β세포가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이 나타난다. 이것은 복부 비만이라는 나무의 두 번째 줄기에 해당한다.
복부 비만은 이상지질(脂質)혈증이라는 세 번째 줄기도 만들어 낸다. 이상지질혈증이란 지질 대사에 이상이 생기는 것. 즉, 핏속에 중성 지방 수치가 올라가면서 혈중 HDL(고비중지단백)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내려가고 VLDL(초저비중지단백)의 수치가 올라간다. 의사들은 HDL콜레스테롤을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말한다. HDL콜레스테롤은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붙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복부 비만 증상자들이 이들 질병에 걸릴 확률은 얼마나 높아질까. 복부 비만과 성인병의 관계가 칼로 자르듯 분명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많은 의학 연구 보고들은 비만인들의 성인병 보유 율이 정상인에 비해 매우 높고, 특히 내장형 비만이 위험하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표준체중의 20%를 넘는 비만 군의 고혈압 발생 빈도는 정상 군의 3배 이상으로 알려지고 잇다. 체중을 5kg 감소시키면 수축기 혈압은 10mmHg, 확장기 혈압은 5mmHg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한다. 당뇨병의 경우 일반적인 비만은 정상인에 비해 4배 이상 발생 빈도가 높고, 특히 복부 비만의 경우 그 발생 위험이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벨트 한 칸 늘어날 때 수명은 1년 단축”
고혈압과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은 지속될 경우 동맥경화증을 유발한다. 동맥경화란 동맥에 지방이 축적돼 혈관 벽이 두꺼워지면서 피가 흐르는 통로가 좁아지는 것. 특히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지방질이 끼고 좁아지면 협심증을 일으키게 되고, 심할 경우 심근경색증이 생겨나는 것이다.
혈압이 올라가면 높아진 혈압을 견디기 위해 혈관의 막이 두꺼워진다. 혈관을 구성하고 있는 내막, 중막, 외막 등 3개의 막 가운데 내막과 중막 사이에 지방질이 침착해 혈관이 두꺼워지고 좁아지는 것이다. 혈관이 좁아지면 이는 반대로 혈압을 더욱 높아지게 하는 상승 작용을 일으킨다. 인슐린 저항성과 고인슐린혈증이 지속되면 LDL(저비중지단백)입자에 성상(性狀)변화가 나타난다. 즉, LDL 입자의 크기가 작아지고 밀도가 높아지는 것. 이것은 혈관에 축적되기 쉬운 형태로 변한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복부 비만의 경우 심근경색증의 발생 빈도는 정상인에 비해 2.5배 높다고 보고돼 있다.
복부 비만은 이밖에도 지방간, 담석증, 통풍 등의 원인이 된다. 지방간이란 중성 지방이 대망이나 장간막 대신 간에 축적될 경우 생기는 것. 우리 나라에서 초음파로 진단한 지방간 환자 가운데 60%가 비만과 연관된다는 보고가 있었다.
영동 제일 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규래씨는 이렇게 말했다. “필요 이상의 열량 섭취를 1단계라고 한다면 복부 비만은 2단계입니다. 만약 2단계를 그냥 방치한다면 3단계인 성인병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이미 복부 비만이라고 판정 받은 사람은 허리 벨트가 한 칸 늘어날 때마다 생명이 1년씩 단축된다고 보면 틀림없습니다.”
“소주 석잔이 밥 한 그릇”
어디서 오나 과음·과식과 운동 부족이 비만의 주범
복부 비만을 가진 사람들의 가장 큰 의문은 왜 배에만 살이 찌느냐는 것이다. 팔과 다리, 가슴 등 다른 곳에 살이 찐다면 배만 볼록 튀어나온 것에 비해 훨씬 모양새가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남성의 신체는 남성호르몬의 특성 때문에 과잉 에너지를 지방화해 뱃속에 쌓아 두는 별로 아름답지 않은 성질을 갖고 있다. 여성 호르몬이 줄면서 남성호르몬 비율이 높아진 폐경기 중년 여성에게서 유독 뱃살이 도드라지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복부 비만 중 내장형 비만은 뱃속에 지방질이 끼는 것을 말한다. 내장 사이를 가르는 장간막, 그리고 위와 다른 장기를 가르는 대망에 지방이 축적되어 배가 불어난다. 그 이유는 뭘까.
같은 비만이라도 성장기에는 지방세포의 숫자와 크기가 늘어나는 것이 특징이지만 성장이 완료되면 체중이 늘어도 지방세포의 숫자가 늘지 않고 크기만 늘어난다. 또 같은 지방세포라도 신체 부위에 따라 각기 특성이 다르다고 한다. 특히 뱃속 대망과 장간막의 지방세포는 우리 몸에서 가장 쉽게 지방을 축적하고 또 쉽게 분해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섭취한 열량 가운데 쓰고 남은 것이 지방으로 전환돼 뱃속 장간막과 대망에 축적되는 것이다.
우리 몸에 지방산이 늘어나면 포도당 소비가 줄어든다. 그것은 자연히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게 되고, 인슐린은 혈관 내벽에 존재하는 ‘라이포프로테인 라이페이스’라는 효소의 활성을 증강시킨다. ‘라이포프로테인 라이페이스’는 중성 지방을 분해해 3개의 지방산과 1개의 글리세롤 분자로 만드는 효소로 지방산을 세포 속에 들여보내는 역할을 한다. 뱃살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 효소가 주로 복부에 자리잡는 게 남성 뱃살의 원인.
지방 분해 억제하는 것이 술
인슐린이 많아지면 ‘호르몬 센시티브 라이페이스’라는 지방세포내 효소의 활성을 억제시킨다. 이 효소는 ‘라이포프로테인 라이페이스’와 달리 지방 세포 속에서 지방을 뽑아 내는 효소. 인슐린이 증가되면 지방세포 속에서 지방이 나오는 것을 억제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복부 비만의 원인은 무엇일까. 의사들은 복부 비만에는 사회적인 요인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남자들은 술을 먹을 때 고기 안주를 실컷 먹고 귀가해서는 그대로 누워 잡니다. 직장에 일찍 나가고 늦게 퇴근하느라고 운동은 생각지도 못하지요.” 결국 과음과식과 운동 부족이 복부 비만의 가장 큰 원인인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남성들이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은 2천5백~3천kcal에 달한다. 의사들이 권하는 하루 1천8백~2천kcal를 훨씬 넘어가는 양이다. 우선 술 자체가 고칼로리 식품이다. 소주 한 잔이 85kcal. 3잔만 마셔도 밥 한 그릇을 먹는 것과 같다. 술자리가 소주 2~3잔으로 끝나지 않는다. 소주를 한 병 정도 마신다면 이것만으로도 의사들이 권하는 저녁 식사 열량인 6백kcal를 넘게 된다. 소주뿐 아니라 모든 술이 고칼로리다. 안동 소주는 일반 소주보다 훨씬 많은 1백60kcal(한 잔 기준). 고량주는 1백40kcal, 위스키 1백10kcal, 생맥주 1백85kcal, 맥주 60kcal 등. 맥주와 위스키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의 경우 1잔의 열량이 2백kcal에 가깝다. 여기에 안주가 곁들여진다는 점을 고려해 보자. 갈비, 고기 튀김, 파전, 치즈 등을 비롯, 땅콩과 같은 견과류와 과일도 고칼로리 식품이다.
게다가 술은 지방 분해를 억제한다. 울산 의대 서울중앙병원 가정의학교실 박혜순 교수는 “하루에 먹는 알코올의 양이 30~60g을 넘을 경우 간의 지방 분해 작용이 억제 된다는 게 통설”이라고 설명했다. 알코올 도수 25%인 소주의 경우 4잔에 들어 있는 알코올의 양이 60g. 하루에 소주 1병 이상을 마셔야 잠이 오는 술꾼이라면 뱃살을 술 때문에 생긴 살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이런 고칼로리 섭취가 주로 저녁에 이뤄진다는 데 있다. 밤에는 우리 몸의 대사 기능이 저하돼 지방 분해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몸에 들어가는 대로 그대로 뱃살이 된다고 보면 된다.
같은 식사라도 종류에 따라 비만에 끼치는 영향은 다르다. 특히 고지방 식품이 문제다. 이를테면 등심을 먹는 것과 삼겹살을 먹는 것에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고지방 식품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섭취한 에너지의 많은 부분을 체내에 축적시키게 된다. 탄수화물이 체내에 축적되는 데에는 섭취한 열량의 23%가 소모되지만, 지방이 체내 지방으로 축적되는 데에는 섭취한 열량의 2%만이 소비된다고 한다. 또 지방은 식사 도중이나 후에 섭취를 억제하는 작용이 적다. 지방이 많은 음식은 맛이 있기 때문에 식욕 억제가 잘 안되며, 또 에너지에 비해 부피가 적어 위에서 포만감을 느끼는 것이 늦다. 만복감을 주는 순서는 단백질이 가장 크며 탄수화물, 지방의 순이다.
우리 몸은 과식을 하면 기초대사율을 늘려 지방조직에 과도한 에너지가 저장되지 않도록 하는 방어 작용이 존재한다. 그러나 비만인은 이러한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다고 한다. 에너지 소비 과정에는 교감신경이 관여하는데 비만인은 이 교감신경의 작용이 둔화돼 소비가 잘 안되고, 축적이 잘 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담배도 비만 촉진
고칼로리의 식사를 하더라도 운동만 한다면 뱃살이 찌지는 않을 것이다. 먹는 열량만큼 운동을 통해 소비한다면 체내에 지방으로 축적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한 기에 쇠갈비 몇 인분을 뚝딱 해치우는 운동선수들에게 복부 비만이 없다는 것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스트레스도 복부 비만의 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스트레스를 주로 운동을 통해서라기 보다는 술을 먹으면서 풀기 때문이다. 굳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을 먹지 않더라도 스트레스 자체가 복부 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스트레스 자체가 부신피질 호르몬인 코르티졸의 분비를 촉진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말해 뱃살이 찌는 것을 촉진하는 것이다. 담배도 복부 비만의 원인이 된다. 담배 역시 코르티졸의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물론 유전적인 요인도 있다. 대체로 부모 양쪽이 비만할 때 자녀가 비만할 확률은 80%, 한쪽 부모만 비만할 때에는 40%, 양부모가 비만하지 않을 때 자녀가 비만할 확률은 7% 정도이다.
운동으로 근육이 많이 생기면 비만을 막을 수 있다. 근육이 많으면 그만큼 많은 지방산의 소모를 촉진해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 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세대 의대 허갑범 교수는 ‘내장 지방 대(對) 골격근 증후군’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즉, 내장 지방이 많을수록 인슐린 저항성은 높아지고, 골격근이 많을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엄격한 식사 조절도 복부 비만과 성인병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 허교수는 지난해 환자 14명을 식사와 운동을 엄격히 조절하는 7명과 방치한 7명으로 나누어 1년 동안 관리한 결과 엄격히 조절한 그룹에서 복부 비만이 감소되고, 인슐린 저항성이 낮아지면서 관상동맥이 다시 넓어지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나온 배, 이래야 들어간다
비만 탈출법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줄일 수 있는 것이 남성 뱃살
복부 비만, 특히 남성들의 뱃살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쉽게 줄일 수 있다고 비만 클리닉 담당 가정 의학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병행 몇 달 만에 배둘레가 10여cm 줄어들고, 허리띠 구멍을 몇 개씩 당길 수 잇다는 것. 여성에 비해 근육이 많은 남성들의 경우, 근육이 쓰는 에너지 량이 많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 쓰면 달라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고 이들은 말한다. 여성들이 엉덩이나 허벅지, 종아리 등을 날씬하게 만들기 위해 며칠씩 굶고 급기야 성형수술까지 받아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배 부분의 지방은 살이 찌기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표가 나고, 체중이 줄어들 때도 가장 먼저 빠져나가는 부분이라고 이들은 지적한다.
술자리 줄이려는 노력 필요
그러나 노력 없이 결과를 볼 수는 없다. 전문의들은 “뱃살이 찌는 원인이 생활 습관에 있는 만큼 만성화된 그 습관을 바꾸기 전에는 어떤 효과도 볼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의사들이 말하는 첫 번째 처방은 “술자리를 줄이라”. 술 자체가 고칼로리인데다 기름진 안주, 늦은 시간에 잔뜩 먹은 후 아침을 건너뛰는 식생활 불균형 등 복부 비만의 온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술꾼이 술을 피하는 것은 여간해서 쉽지 않다. 모처럼 약속이 없는 날이면 여기저기 전화를 넣어서라도 술자리를 만드는 게 술 좋아하는 사람들의 습성. 전문의들은 “술을 완전히 끊기 어렵다면 1주일에 한 번 혹은 두 번 횟수를 정해 두고 그 이상의 약속은 만들지 말라”고 권한다.
울산 의대 서울중앙병원 가정의학교실 박혜순 교수는 알코올 량이 60g 이상이면 지방 분해가 억제된다는 게 통설이므로 술을 마시더라도 포도주 괴실주 등 알코올 도수가 낮은 것을 택하라고 권한다. 소주 넉잔에 든 알코올 량이 60g. 그 이상은 자제하겠다고 미리 마음에 다짐을 해 두는 것도 좋다. 술과 함께 기름진 안주도 복부 비만의 복병. 기름을 듬뿍 넣고 지진 것을 저녁 늦게 먹으면 모두 배에 가서 머문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주대학병원 비만 클리닉 김상만 교수는 술을 마시는 동안에는 식욕 억제도 어렵고 자신이 무엇을 얼마만큼 먹는지도 헤아리기 어려우므로 술마시기 전 미리 계획을 세워 두라고 한다. 양주 안주로 많이 나오는 땅콩 아몬드 등 견과류나 과일도 비교적 칼로리가 많아 많이 먹으면 부담스럽다. 의사들은 “오이. 당근, 셀러리 등 야채 안주를 곁들이는 게 가장 좋다”고 권한다.
우리 나라 남성 대부분이 자신이 먹는 음식의 칼로리를 계산해 내지 못하는 것도 복부 비만의 큰 원인이다. 근육이나 뼈를 만들 필요가 없는 중년 남성의 경우 하루 1천8백~2천kcal만 먹으면 부족할 게 없다고 경희대 가정의학과 김영설 교수는 말한다. 그러나 복부 비만의 남성들의 경우 하루 2천8백에서 3천kcal 이상 먹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얼마나 먹는지 깜깜한 게 대부분이다. 김 교수는 “이런 경우 우선 어떤 음식에 열량이 얼마나 들었는지 칼로리 공부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경우 어려서부터 생존 수단으로 칼로리 공부를 하고, 가공식품 겉포장에는 대부분 칼로리 표시가 돼 있다.
전채에서 디저트까지 격식을 갖춰서 양식을 먹는다면 1천kcal 이상. 중국 음식도 대부분 고칼로리로 자장밥이 1천kcal, 군만두 10개가 6백30kcal, 볶음밥이 6백50kcal다. 박혜순 교수는 “외식 때는 한식, 그 중에서도 밥과 국, 나물 등으로 이뤄진 백반을 먹는 게 제일 좋다”고 말한다. 무심코 먹는 간식에도 엄청난 칼로리가 들어 있다. 간식으로 새우깡 한 봉지를 먹었다면 5백kcal. 한끼 식사로 대체할 수 있는 양이다. 과자 하나를 먹더라도 지방과 설탕이 적은 것을 택하는 요령이 필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의견을 모은다.
저녁 과식, 바로 배로 간다
영동 제일병원 가정의학과 이규래씨는 “성인병이나 비만 문제로 찾아오는 환자 중 많은 수가 저녁 7시 이후 하루 섭취 열량의 절반 이상을 먹고 있었다”고 말한다. 저녁 과식은 바로 배로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저녁 때 거나한 술자리나 회식이 잦고 집에서도 화려한 만찬을 즐기는 사람들은 대개 아침에는 속이 좋지 않아 굶는다. 점심도 간단히 하고, 다시 저녁을 잔뜩 먹는 식습관으로 굳어 있는 것. 의사들은 “아침, 점심, 저녁을 규칙적으로 먹도록 식습관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녁을 간단히 하면 자연히 아침에 입맛이 돈다. 하루 섭취 열량을 1천8백kcal로 제한할 때 아침에 3백~4백kcal, 저녁에 6백kcal 정도를 먹어 주는 게 적당하다고 김영설 교수는 권한다. 아침에는 밥 반 그릇(1백50kcal)에 김치와 야채나 나물 2~3가지, 국, 삶은 달걀 정도, 저녁에는 밥 3분의 2 그릇(2백kcal)에 생선 한 토막이나 쇠고기, 두부, 야채 정도면 충분하다. 뱃살이 찐 사람들은 지방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는 게 특징. 영양 학자들이 권하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의 섭취 비율이 60%, 20%, 20%인데 비해 이들은 30% 이상씩 먹어대고 있었다.
고기의 기름기, 식용유가 많이 들어가는 전, 튀김류가 주범. 반찬 종류뿐 아니라 조리 방법에도 유의해야 한다.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점의 음식은 대부분 지방과 설탕이 듬뿍 들었으므로 삼간다. 고기는 살코기로, 닭은 껍질을 벗겨 먹고, 튀김이나 볶음 대신 찌거나 굽고, 나물이나 생야채 두부찜 등 담백한 음식을 주로 먹는다. 복부 비만과 직접 연관이 있는 설탕을 줄이기 위해 사탕 초콜릿 스낵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등은 되도록 피한다. 김영설 교수는 “저녁에 허겁지겁 먹지 않으려면 오후 4시쯤 간단한 간식을 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간식의 종류도 잘 택해야 한다. 기름진 비스킷의 경우 2~3쪽만 먹어도 1백kcal. 저지방 우유나 저지방·무설탕 비스킷, 주스나 차 등으로 위를 한 번 달래 놓는 게 저녁을 ‘이성적’으로 먹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 칼로리가 거의 없는 녹차는 아무리 마셔도 살이 찌지 않으면서 입의 허전함을 메우고 나른함을 쫓는 데도 좋다.
윗몸 일으키기는 별 도움 안돼
“운동을 습관화하라”는 뱃살 줄이기의 기본이면서도 실천이 결코 쉽지 않다. 비만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작정 굶는다고 생각해 보자. 체중은 줄어들지 몰라도 지방을 빼는데는 효과적이 아니라는 게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처음 체중이 줄 때 빠지는 것은 지방이 아니라 수분. 운동을 병행하지 않고 식사량만 줄이면 기초 대사율이 떨어지면서 안정시에 쓰는 에너지가 줄어 결국 살이 더 찌기 쉬운 체질이 된다. 운동으로 근육을 키우면 안정시 대사율이 늘어나 많이 먹어도 살은 더디 찌는 상태가 된다. 운동에 대한 반응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빨리 나타난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여성은 운동으로 지방이 분해되려 할 때 지방을 보존하려는 반작용이 일어난다는 것. 그래서 “여성은 살 빼기가 훨씬 힘들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전문의들은 “일본 스모 선수는 아무리 배가 많이 나와도 내장 지방의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면서 운동 부족이 내장 지방을 늘리는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뱃살을 줄이기 위해 하루에 몇 번 이상 윗몸 일으키기를 하겠다고 다짐을 하는 사람이 많다. 의사들은 “윗몸 일으키기는 배근육을 단련하는데 도움이 될 지 몰라도 지방을 태우는 운동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아령이나 역기 들기, 웨이트 리프팅, 윗몸 일으키기 등 한순간에 힘을 집중하는 운동이 아니라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이 지방을 태우는데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 최대 심박수가 1분에 1백60인 40대 남성이라면 1분에 맥박이 80~1백20 뛰는 정도의 강도면 된다.
이런 운동은 매일 지속적으로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김상만 교수는 “사흘 이상 운동을 쉬면 효과가 떨어지므로, 저녁 뉴스 시청 시간을 운동 시간으로 정례화 하는 등 습관화 할 필요가 잇다”고 권한다. 아무리 바쁜 직장인들이라도 저녁 뉴스를 시청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이 시간 동안 기구를 이용해 자전거 타기, 달리기, 스태퍼 등을 하거나 담요나 큐션 등 두툼한 것을 깔아 놓고 제자리 뛰기를 해도 좋다. 매일 하기 어려우면 적어도 이틀에 한 번은 30~40분 이상 운동하는 것을 습관화하라고 그는 강력히 권한다.
30분 동안 달리기를 할 때 쓰는 열량이 3백kcal. 천천히 산보하듯 30분 걷는다면 1백kcal, 조금 빨리 걷기 30분은 1백50kcal 정도를 쓴다. 영동 제일병원 이규래씨는 “1주일에 5번 이상 하루 30분씩 걷는 것만 계속해도 5kg 안팎까지 몸무게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운동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자신의 생활 패턴을 잘 살펴보고, 그 중 한 부분이라도 운동이 끼여 들어갈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대신 계단을 걸어 오르내리고, 지하철 한 정거장 앞에서 내려 걷고, 쓰레기 봉투를 작은 것으로 사서 찰 때마다 걸어 내려가 버리고 오는 등 생활 중에 활동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하나병원 비만 클리닉 신상호씨는 말한다. 운동 중에서도 아침 운동이 더 효과적이라고 박혜순 교수는 권한다. 아침이 가장 지방 분해가 잘 되는 시기고, 운동 후 식사를 하면 대사율이 1.5배 정도 증가해
뱃살 줄이기 10계명
저녁 과식을 피하라
아침 점심을 든든히, 간식을 조금 하고, 저녁을 될 수 있는 대로 적게 먹는 게 효과적이다. 저녁식사전 오후 4시에 간단한 간식을 해두는 것도 저녁
과식을 막는 방법.
습관적인 술자리를 피하라
술꾼이 술자리를 마다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1주일에 한 번 혹은 두 번으로 횟수를 제한하고, 술자리에서도 소주 2~3잔 정도로 한계를 그어 놓고 계획적으로 술을 마시는 게 중요하다.
식사·활동 일기를 써라
하루 식사와 간식으로 먹은 것을 죽 써 놓고, 그 식품의 칼로리를 계산해 낸다. 30분 산보에 1백kcal 등 활동으로 쓴 에너지도 함께 적는다
명절이나 잔치, 회식을 앞두고 먹는 계획을 세우라
기름진 음식이 많은 자리에서는 아무래도 입맛이 당겨 과식을 하게 된다. 어느 정도까지만 먹겠다는 계획을 미리 세우는 게 좋다.
지방과 설탕을 줄이라
똑같은 열량을 먹어도 지방과 설탕은 복부 비만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저지방, 저설탕 식사법을 지켜라
창조적인 취미를 가지라
스트레스는 폭식과 술자리, 복부 비만으로 이어지는 주범 자신만의 창조적인 취미로 스트레스를 관리하자
외식은 한식, 특히 백반으로 택하라
밥 국 나물이 주가 되는 우리 나라 전통 식사가 건강이나 비만 관리에 최적이다.
저녁 뉴스 시간에 움직이라
하루 30분 이상 운동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저녁 뉴스를 보면서 러닝 머신이나 제자리 뛰기 등 어쨌든 움직이는 습관을 들이자.
많이 먹은 후에는 어쨌든 움직이라
저녁을 양껏 먹고 피곤하다며 그냥 쓰러져 자는 사람들이 많다. 많이 먹었다 생각하면 노래방이라도 가라. 먹은 에너지를 쓰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음식은 식탁에서만 먹고 씹는 동안에는 수저를 놓아라
야구 중계를 보면서 팝콘을 먹는 등 무의식적으로 먹는 칼로리를 계산해 보면 엄청나다. ‘식탁에서만 먹겠다’고 원칙을 세운다. 수저를 놓고 천천히 먹는 연습을 한다.
는 에너지를 더 증가시킨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비만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트레스 때문에 끊임없이 먹고, 배에 살이 찌는 사람이라면 그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 김영설 교수는 “두뇌를 쓰는 창조적인 취미를 가져라”고 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빠져 있는 동안에는 먹으려는 욕망을 잊을 수 있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면서 폭식도 차츰 사라진다는 것. 소설이나 스포츠, 장기 등 어떤 취미라도 좋다.
하루 1천8백kcal 식단 예
아침
간식
밥 한 그릇, 콩나물국, 쇠고기 양상추 볶음, 솎음 깻잎나물, 양송이 구이, 김치
우유 한 잔
점심
간식
밥 한 그릇, 미역국, 조기 구이(한 토막) 장조림, 생취나물, 김치
사과 반 개
저녁
간식
밥 한 그릇, 열무 된장국, 꽁치조림, 고기전, 도라지 생채, 김치
주스 반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