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라진 도시에 구멍이 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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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 25-03-26 21:55 조회 94회 댓글 0건본문


사람이 떠나고 버려지는 빈집이 늘고 있다. 빈집 문제는 전국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부산 같은 대도시부터 울릉도 같은 섬에 이르기까지 규모와 위치를 가리지 않는다. 인구 감소 현상을 겪는 인구 30만명 미만의 중소도시와 농어촌은 상황이 심각하다. 빈집이 늘면 쓰레기가 버려지거나 범죄 위험이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마을은 사라지고 치안과 보건, 교통 같은 공공 서비스도 결국 중단될 위기를 맞는다.

정부는 2023년 법을 정비해 도시와 농어촌에 버려진 빈집 철거를 독려하고 있다. 집이 있던 자리는 대부분 공터로 남는다. 도시에 흡사 구멍이 뚫린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도시 천공’으로 불리는 현상이다. 일부 학자들은 칼슘이 빠져나가면서 뼈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증상과 비슷하다고 해서 도시의 골다공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빈집 철거 후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 마련에 필요한 도시 천공 현황에 대한 자료는 전혀 없는 실정이다.


7년 새 봉화선 축구장 1.5배 넓이 건물 사라져

위성 서비스 기업 나라스페이스는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박윤미 교수, 안지현 연구원과 항공 사진과 인공위성 영상을 이용해 국내 지자체 가운데 인구과소지역 비율이 높은 경북 봉화군과 중소도시인 상주, 김천, 전북 남원의 도시 천공 현상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인구과소지역은 거주자가 고령화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가 늘면서 인구의 재생산이 어려울 정도로 줄어든 지역이다.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전국 250개 시군구 중 소도시에 속하는 50개의 지역에서 인구과소지역 비율이 35%가 넘는다. 대도시인 서울이 3.84%, 경기와 인천까지 포함한 수도권이 10.10%인 것과 비교된다. 봉화는 인구과소지역 비율이 49.81%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높다.

연구진은 딥러닝 기반의 변화탐지(Change Detection)기술을 활용해 경북 봉화에서 일어난 변화를 분석했다. 변화탐지는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같은 지역을 찍은 영상으로 그사이 나타난 변화를 탐지하는 영상 분석 기술이다.

연구진은 국토지리정보원이 제공하는 2015년과 2022년 항공 영상을 이용해 봉화군을 세 구역으로 나눠 천공 현상을 살펴봤다. 건물이 사라지고 공터로 바뀐 위치를 중점적으로 탐지했다. 그 결과 지난 2015년 봉화군 석포면 영풍 석포제련소 인근에 있던 건물이 2022년에는 사라지고 공터로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석포제련소는 1970년부터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서 운영되고 있는 아연 생산 능력 세계 4위 규모의 종합 비철금속 제련소다. 같은 기간 석포 보건지소와 석포역 북쪽 석포3리 입구 인근 건물 일부도 사라지고 그 자리가 공터로 바뀐 모습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기간에 경북 봉화군에 나타난 천공이 모두 16건에 이르며 그 면적은 1만1400㎡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축구장 넓이의 1.5배, 국내 가구 평균 면적(21평, 70.1㎡)으로 따졌을 때 162가구가 사라진 것과 맞먹는다.




상주와 김천, 남원에도 곳곳 구멍
변화탐지는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지만 도시에선 새롭게 나타난 크고 작은 천공 현상을 포착하는 데 사용된다. 박 교수는 “도시 천공 현상을 대규모로 확인하면 도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미리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변화탐지 기술을 이